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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민방위 훈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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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민방위 훈련
오늘은 약 2주간의 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인생 첫 민방위 훈련에 가는 날이었다.
회사 선배들의 말씀으론 그냥 앉아만 있다가 오는 자리라고 말씀하셨었다.
친한 형님들은 코로나로 인해 사이버 교육으로만 진행하고 오프라인 훈련에 대한 경험은 없어서 뭘 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냥 예비군 훈련 가는 느낌이라 마냥 귀찮게만 느껴졌다.
그냥 앉아만 있다 오는 곳이라 하니 잠도 많은 나는 분명 앉아서 졸게 분명했다.

근데 교육을 마친 지금은 왜 저렇게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심지어 놀랍게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
사실 포스트를 작성할 생각이 1도 없었으나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교육을 받고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 해보았다.

지참물, 복장 및 민방위 훈련에 가서 어떤 교육을 진행했었는지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우선 나 같은 경우엔 민방위 훈련 관련한 공지물은 카카오페이 알림톡으로 전달이 되었다. (물론 우편물도 따로 왔다.)
지참물
주민등록증

지참물은 뭐 별거 없다.
민증 또는 면허증만 챙겨가면 됐다.
시간
오전교육/오후교육 나뉘어 있으며, 둘 중 하나로 지정이 된다.
나 같은 경우엔 오후 타임으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했다.
- 오전교육 : 09:00 ~ 13:00
- 오후교육 : 14:00 ~ 18:00

전달받았던 안내사항에서는 본인 소속이 아닌 다른 교육일에도 참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 교육이 없는 날이 있어서 세부 일정은 확인 후에 참석해야 하며, 날짜 변경신청은 따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복장
복장은 편한 사복을 입으면 된다.
내가간 교육장에서는 바지를 잠옷바지로 입고 오신 분도 계셨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서 오신 분인지 정장차림이신 분도 계셨다.
모자도 써도 된다.
다만, 내가 받은 교육의 경우 약간 활동을 해야 하는? 실전체험이 있었어서 정장보단 좀 더 편한 복장이 좋긴 했을 것 같다.

나는 편하게 후드와 조거, 패딩을 입고 모자도 쓰고 갔다.
이다음부터는 내가 참여한 민방위 훈련에서 진행한 교육에 대해 간략한 후기를 작성해 보았다.
이 교육 내용과 방법은 훈련소에 따라 상이할 것 같다.
1교시 - 민방위 소개
사실 1교시까지는 회사 선배들에게 들었던 느낌이 강했어서 제대로 집중은 못했다.
PPT 자료와 함께 민방위에 대한 역사, 소개 및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강의해 주셨다.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개구리 실험이었다.
개구리가 들어간 물을 천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끓는 물에 의해 죽게 되는 실험이다.
그러나 완전히 끓은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그 물에서 바로 빠져나온다.
이 실험은 개구리의 인지력과 적응력에 대해 관찰하는 실험이었지만, 이는 인간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교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은 점차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감각이 둔해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늦게 인식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처할 때, 많은 경우 둔감해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가 있다.
점차 끓는 물에 들어 있는 개구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개구리도 분명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긴 했을 것이다. "고작 몇 도 정도 오른 건데 뭐..." 하면서 넘긴 것은 아닐까?
개구리도 계속해서 물이 점차 뜨거워지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그 작은 비커에서 점프 한번만 했으면 죽음은 면했을 것이다.

저 실험을 예시로 말씀하시면서 위험 요소를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이게 민방위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해주셨다.
이 내용 외에도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민방위 대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 설명해 주시면서 1교시는 마무리 됐다.
2~4교시까지는 실전 체험 수업이었다.
아 그리고 각 교시마다 10분씩 쉬는 시간을 주었다.
2교시 - 지진 대피 훈련
1교시를 진행했던 대강당에서 쭉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2교시부터는 각각 체험장이 있었다...!
지진 대피 훈련장에서는 지진의 진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세트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가뜩이나 튀르키예의 지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정도 생긴 상태이기도 해서인지 이때부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닌 다른 사람들도 뭔가 1교시 때보다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우선 지진 대피 훈련의 경우 일반 가정집을 구현해 놓은 세트장이 있었고 그 세트장이 지진처럼 흔들리게 구성돼 있었다.
강도는 진도 3, 5, 7이 있었는데 7의 경우 진짜 7로 하면 세트장이 진짜 무너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실제 7보다는 약한 거라고 하셨다.

사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은 어느 정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교육을 듣고서 아직 한참 멀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진 대처법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 보았다.
- 가스불을 잠근다.
- 전기 차단기를 내린다.
-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둔다.
- 책상 밑으로 대피한다. (아니면 쿠션 같은 걸로 머리를 보호한다)
- 책상 밑으로 대피할 땐 꼭 책상다리를 잡고 있는다. (책상 밑에 있어도 지진 때문에 책상 밖으로 나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건 정말 몰랐다...)
- 만약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라면 주변에 파이프 같은 쇠로 된 물건을 통해 계속해서 소리를 내준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

이렇게 대처법을 말이나 글로만 하면 사실 기억해 내기 쉽지 않다.
여기서 내가 이 민방위 훈련이 엄청나게 유익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아무것도 안 보고 다시 글로 쓰고 있는 걸로 보아...🤔)
저 대처법을 세트장에서 실제로 체험해 보면서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해보고 나니 확실히 기억에도 잘 남는다.
지진의 진도도 실제는 아니었지만 비슷하게나마 체험해보고 나니 지진에 대한 인식과 대비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3교시 - 화재/화생방
3교시는 화재/화생방 관련된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도 세트장이 있었는데, 화재가 난 상황을 구현한 세트장이었으며, 중간중간에는 장애물도 있었다.
훈련은 저 세트장을 통과해서 탈출구까지 나오는 것이었는데, 내가 조의 맨 앞자리여서 내가 길을 찾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게 정말 어두워서 앞이 안 보인다...😵
세트장을 통과하면서 교육했던 내용들을 실제로 해보기도 했다.
화재 상황에서 해야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 화재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주변에 알려야 한다.
- 초기 진압이 가능하다면 소화기를 통해 진압한다.
- 소화기의 핀을 뽑을 땐 꼭 손잡이는 놓고 핀을 뽑아야 잘 뽑힌다. (이걸 몰라서 핀을 못 뽑고 소화기를 그냥 불속에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물론 던진다고 해서 불이 꺼지진 않는다...)
- 밖으로 나갈 땐 자세를 낮추고 코와 입을 막고 나간다.
- 여러 사람과 함께 탈출하는 상황이라면 길의 방향을 뒷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손으로 벽을 치면서 소리를 내준다.

나도 세트장을 통과하면서 이 어두운 상황에 길을 뒷사람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계속 벽을 치면서 다녔다.
이 벽으로 치는 게 기억에 남았던 이유 중 하나가 미국 9.11 테러 당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람들이 벽을 치면서 소리를 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화생방 관련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화생방 교육은 지하철같은 공공시설에 비치돼 있는 방독면 착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 줬으며,
화재 상황에서는 자세를 낮춰서 낮은 곳으로 가야 하지만 화생방 상황에서는 꼭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영화 엑시트가 그래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셨다)

화재 상황의 경우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는 방법 외에는 사실 잘 몰랐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자세하게 알게 되어 정말 좋았다.
4교시 - CPR(심폐소생술)
사실 심폐소생술의 경우 군대에서도 교육했던 내용이라 빠르게 빠르게 교육이 이루어지긴 했다.
다만, 군대에서는 그 CPR 인형인 '애니'로만 진행했다면 이번 교육에서는 게임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우선 애니로 CPR을 진행하는데 CPR의 정확도를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해 주었으며,
8명이서 CPR로 애니를 누가먼저 살리는지? 레이싱하는 게임 같은 걸 진행했다.
CPR을 정확하게 하면 게이지가 차고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게이지가 오르지 않는데, 이 게이지가 다 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물론 측정기구가 좀 정확하진 않았지만 이 방법으로 교육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종종 측정이 잘 안 돼서 애니를 사망시키는 분들도 계셨다...😂
비록 각 40~5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교육이었지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교육 방식이라면 굳이 예비군까지 끝낸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만 교육을 하지 말고 학생 때부터 주기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어떤가 싶긴 하다.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각종 사고들을 뉴스에 자주 접하게 되는데 모든 사람들이 대처법을 알았다면 분명 피해는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뜩이나 부모님이랑 여자친구에게 안전 관련해서 잔소리를 많이 해서 '안전과다증'이라고 역으로 잔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 나인데... 이번 교육을 통해 더욱 과다해진 것 같다. 🤣
그렇다고 싫진 않다. 나라도 실천하면 분명 만약의 상황을 분명 대비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노력이 나의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도 지켜줄 것이다.

아무튼 첫 민방위 훈련이었는데 정말 너무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이런 교육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다만 집에 와서 든 생각인데 집에 지진이든 화재든 뭔가 발생한다면...
이놈들이 침대 밑이나 소파 밑으로 숨어서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제발 너희들도 그런 상황이 터지면 내 말을 잘 따라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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